[책·문학] 파이 이야기

[책·문학] 파이 이야기

[책·문학] 파이 이야기
(얀 마텔 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작가정신)


파이 이야기 표지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책이었다.
바다 위 작은 보트, 그 끄트머리에 호랑이가 앉아있다.
방금 무언가를 먹었는지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다.
그 앞에 호랑이가 방금 먹다 남긴 듯한 얼룩말의 시체.
바다 위 작은 보트에 호랑이라...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묵직한 책을 들고 책 안의 그림들을 보니 유화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그 그림 안에는 또 다른 어떤 시선이 있었다. 호기심이 이내 나를 책 속으로 인도했다.

또 다른 시선인 화자인 파이,
긴 시간을 호랑이 함께 바다 위를 표류하는 16살의 인도소년 파이의 이야기였다.


초반에 나오는 파이의 종교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신을 사랑한다는 파이는 비난받으면서도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이 세 가지 종교를 다 믿는다.
세 종교인이 위압적인 얼굴로 하늘을 거의 가릴 듯 서서 파이를 내려다보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난파당한 후 파이의 이야기는 실로 믿기지 않을 만큼이었다.
정말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다.

리차드 파커, 참 매력적이면서도 절대적 두려운 존재!
우리가 익히 들었던 호돌이, 호순이가 아닌
호랑이의 이름치곤 너무나 인간적인 이름,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도 재미있었다.
그런 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리차드 파커와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 한 번쯤 뒤돌아 봐주기를 원했던 파이,
그 아쉬운 마음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구조 후 선박회사에서 나온 일본인들에게 겪은 일을 이야기하던 파이, 
믿지 않으려 하는 그들에게 파이는 말한다.

...
삶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부치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든 게 아닌가요?
(파이 이야기 中)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세상을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파이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잣대로 바라보니 믿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나 우리는 우리 멋대로 세상을 바라보았는가.
또한,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는가 말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에도 용기 필요한 때이다.
그 진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의 빨간약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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