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마루야마 겐지
- 취미
- 2017. 4. 1.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마루야마 겐지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속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만큼 글이 눈앞에 그려진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M도시, 빨간 하이힐, 피리새, 3인의 기마무사...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공간에 집착한다.
그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공존하고, 현실과 환상 또한 교차한다.
때론 그 경계가 무너져 모호하다.
새장을 말하는 조롱, 운명에 조롱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훌륭한 환자, 첫 대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겁에 질려 살아온 40여년,
잃는 게 두려워 분투했음에도 나는 차례차례 잃어만 갔다.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맘이 처연하다.
피리새는 야생 조류지만, 사람에게 잡힌 그날부터
들깨를 먹고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한다.
사람 손에 키워지기 위해 태어난 새, 남에게 고용당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환상인지 경계가 무너진다.
먹음으로써 현실에 존재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땅에 발이 굳건하니 희망이 생긴다.
'달에 울다' 속의 두 작품은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이 느껴진다.
일본소설은 주제가 선명하고 읽기가 쉬워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