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정미경작가의 '목 놓아 우네'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은 문제소설 뒷쪽에 나오는 정미경 작가의 '목 놓아 우네'의 감상평이다. 어떤 고통의 감각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심을 고통스럽게 했다. 나는 당신과 나의 문자 사이에서 흩어져 내리는 모래부스러기에요. 돌아보면 자신을 스쳐간 것들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애도해본 적이 없었다. 흩어져 내리는 모래부스러기 같은 자신에 대해서는 더욱. (p322) 그와 그녀의 상처가 마음 아프다. 상처가 있기에 서로를 더 잘 안아주기를 소망 했지만, 그 상처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그녀는 말한다. 최선을 다해왔지만 존경은커녕 최소한의 존중조차 ..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문학]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동네 도서관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이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쓴 작가와 동일한 작가가 맞는지 너무도 달라 놀라웠다. 시간이 이리 지났어도 그 당시 밑줄을 그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감동이 있다. 로맹 가리의 '자기앞의 생'은 간결하고 읽기 쉽다. 마지막에 다가온 묵직한 감동은 엄숙하게 다가온다. 10살 고아소년 모모의 성장소설이라 말하기에 아까운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어린 모모가 바라보는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모모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도,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모는 묻는다.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수 있느냐고....
왼손잡이 여인 (고독함은 혼자 견뎌내는 것) 배경으로 나오는 핀란드의 날씨만큼이 그들은 모두 처연하다. 그녀는 그와의 이별선언으로 처절한 혼자만의 시간을 감내하며 성장하고 있다. 8살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녀는 물질적으로도 독립해야 하며,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정신적 독립도 해야 한다. 스스로가 선택한 독립은 처절하게 외롭고 힘에 겹다. 그런 그녀를 주위에서 조차 가만히 두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비굴하게 굴지않기 위해 노력한다. 오롯이 혼자임을 견디는 것, 고독함을 견디는 것, 그 견디는 시간속에서 자기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 간다. 책 제목인 왼손잡이 여인의 '왼손잡이'라는 소재는 주제와도 잘 맞는다.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된 세상에서 왼손잡이로 산다는건 많은..
[우연한 여행자] 미국문단의 대표적 여류작가 앤 타일러 여성작가의 섬세한 필체가 마치 영화를 보듯이 장면 하나하나가 눈앞에서 펼펴진다. 메이컨과 사라 두 사람은 아이의 죽음으로 헤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미 사이는 많이 틀어져 있었다. 메이컨, 여행을 싫어하면서 여행안내서를 쓰는 남자 규칙, 꼼꼼함을 넘어서는 남자 그에게 다가온 뮤리엘, 그녀는 언제나 선을 넘는다. 선을 넘고 싶지만 스스로는 절대 넘지 못하는, 그런 선을 뮤리엘을 통해 매번 유쾌하지 않게 넘어가는 메이컨.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선이지만, 그 선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또 다른 자신을 찾기 위해 사라가 아닌 뮤리엘을 선택한다. 요즘 난 현실 세상의 고통과 힘겨움으로 가득 찬 뉴스에서 고개를 돌린다. 마음이 무거워지..
[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 박형서작가의 [무한의 흰 벽](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 노트에 적어둔 감상평을 하나 옮겨 본다.'무한의 흰 벽' 또한 가슴 깊이 여운을 남긴 단편 중 하나,책을 덮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며 가슴이 답답해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한동안 거리를 걸었다. 오늘은 박형서 작가님의 [무한의 흰 벽]의 감상평이다. 강호의 고수들이 무술대결을 펼치는 재밌는 무협지를 읽은 느낌이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대결 구도의 디테일이 흡사 영화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느껴지는 삶의 비의는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무한경쟁을 공간쟁탈전으로 묘사한 것은 단지 상상력의 기발함이라 말하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는 모든 인간이라면 겪어야 하..
[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 김엄지작가의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의 단편을 읽고 있다.가슴가득 눈물이 고이는 글도 있고, 긴 여운에 하루 종일 헤어나오지 못하는 글도 있다.작품 해설과 함께 두번은 읽어야 이해되고 내것이 될 수 있는 문제소설들이다. 오늘은 앞부분에 나오는 김엄지작가님의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의 감상평이다. 비가 쏟아진다.‘나를 찾을까? 아니, 내가 나간 줄도 모를 거야.’황급히 달려든 허름한 구멍가게 처마 밑, 좀처럼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이 빗속에 모두 버려지겠지. 내 그림도, 내 물감도, 내 꿈도...‘뻑뻑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래된 먼지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온다..
[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 김경욱작가의 [승강기] 2014 올해의 문제소설의 단편을 읽고 있다.가슴가득 눈물이 고이는 글도 있고, 긴 여운에 하루 종일 헤어나오지 못하는 글도 있다. 작품 해설과 함께 두번은 읽어야 이해되고 내것이 될 수 있는 문제소설들이다. 오늘은 앞부분에 나오는 김경욱 작가님의 [승강기]를 읽은 소감을 적어본다. 새 기관장이 낙하선을 타고 내려 올 때마다 조직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직장에서 그는 중립을 지키며 20년간 자리를 지켜냈다. 어느 날 부장이 법인카드를 쓰며 건 낸 불편한 5만원으로 인한 오해와 부당한 인사발령을 받는다. 봉하지 않은 관리비고지서에 이마를 찌푸렸고,불길하다고 끝자리에서 4를 뺀 호수, 하지만 4층은 존재하는 일관성 없음이 거슬렸다.더욱 2층에는 ..
[책·소설] 라이팅 클럽 - 강영숙 번역서만 읽다가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으니 한글이 어찌나 맛있던지...건조하고 속도감 있는 작가의 문체는 소리내어 읽어보면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정말 읽을 맛이 난다.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드는데, 벌써 작은 방학도 지나가고 담주면 다시 시작하는 모임을 위해 다른 책들을 읽어야하는 것이 아쉽다.... 읽는 내내 가본적도 없는 중세 유럽의 수도원이나 남미의 부르기도 어려운 낫선 동네가 아니라익히 내가 태어난 우리나라의 작은 동네의 골목, 그 골목안에 자리잡은 글쓰기교실은 어딘가 익숙했다. '라이팅 클럽'에 나오는 김작가와 영인.싱글맘인 김작가에게는 '모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엄마' 라고 영인은 말한다. 엄마라고 모두 모성이 있는 것은 아닐테..
[책·문학] 파이 이야기 (얀 마텔 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작가정신)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책이었다. 바다 위 작은 보트, 그 끄트머리에 호랑이가 앉아있다. 방금 무언가를 먹었는지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다. 그 앞에 호랑이가 방금 먹다 남긴 듯한 얼룩말의 시체. 바다 위 작은 보트에 호랑이라...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묵직한 책을 들고 책 안의 그림들을 보니 유화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그 그림 안에는 또 다른 어떤 시선이 있었다. 호기심이 이내 나를 책 속으로 인도했다. 또 다른 시선인 화자인 파이, 긴 시간을 호랑이 함께 바다 위를 표류하는 16살의 인도소년 파이의 이야기였다. 초반에 나오는 파이의 종교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신을 사랑한다는 파이는 비난받으면서도 ..
[책·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글, 푸른숲)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영화로 다 본 내용이지만 책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책의 내용과 영화의 장면이 겹치면서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는 것은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읽게 되니 좀 더 장면들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만으로 느낄 수 없었던 뭔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울 수 있었다. 사형수인 윤수의 삶에 정말 절망감을 느끼고 이 사회에 회의가 밀려왔다. 문유정의 겪은 일들을 보며 지식층과 가진 자들의 위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둘 다 골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그런 절망의 삶을 살다가 실수를 하게 되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