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학] 돈키호테 완역본을 읽다
- 취미
- 2016. 6. 15.
[책·문학] 돈키호테 완역본을 읽다
올해는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망 400주년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국내에 돈키호테 완역본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1%도 안 될거라고...
과연 어떤 책이길래...
호기심과 함께 읽기 시작한 책은 남은 평생 절대 잊혀지질 않을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내 기억속에 돈키호테는 풍차와 싸우던 미치광이 광인이었다.
익히 알고 있던 돈키호테의 내용은 1부의 내용이고, 2부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산초의 말투가 재밌었지만,
읽을수록 어쩔수 없는 현실의 발목잡힌 내가 딱 산초와 같았다.
2부에 들어서부터 돈키호테의 말과 행동의 심오함에 관심이 가더니, 1부를 다시 들쳐보기 시작했다.
돈키호테가 과연 미치광이 광인인가 의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생기고,
그의 죽음에서 한숨 한 번과 눈물 한 줄기가 흘렸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돈키호테 완역본이다.
그림까지 함께 들어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계속 읽고 있는 책들이 거진 열린책들인 것 같다.
한가로운 독자여~ 라고 시작하는 서문에서 한번 크게 웃었다.
20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읽으려고 하니 저자는 우리를 '한가로운 독자'라고 부른 모양이다.
기사소설을 읽고 미쳐버렸다는 돈키호테~
편력의 길을 나서며 가장 먼저 행한 것이
주인에게 맞고 있는 아이를 구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방어할 수도 없는 자와 싸움을 벌이는 건 당치않다'고 말하는 돈키호테~
그의 이야기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같다.
돈키호테가 떠난 후 더 큰 매질을 당하는 아이는 돈키호테를 원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무엇이 이득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더 맞지 않았나... 이런 의구심이 들자,
이제껏 어느 누구도 그 아이의 편에서 말해주는 사람, 어른은 없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래도 내가 당한 부당함을 알아준 누군가가 있음에 감사하지 않았을까 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의실현'이란 결과까지라고 많이 착각하는데,
내가 지금 어른으로써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할 뿐이라고,
그 후의 변화는 이미 나의 손에서 벗어난 일~
나도 이제껏 잘못 알고 있었던 '정의실현'의 개념을 여기서 배웠다.
2부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사자의 모험이야기,
이로써 <슬픈 몰골의 기사>에서 <사자의 기사>로 이름을 바꾸게 된 돈키호테~
모두 미쳤다고 하지만,
돈키호테는 '너무나 무모한 일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용기를 낸다고 말한다.
용기란 비겁함과 무모함의 중간에 있으며,
'용기 있는 자는 비겁함으로 내려가 그 한계에 접하는 것보다 무모함으로 올라가 그 한계에 이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용기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모한 줄 알면서도 그 일을 해야하니 할 뿐인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산초가 둘시네아의 마법을 풀기위해 자기몸을 채찍질 하는 장면,
사실 나무를 치는 중,
돈키호테는 속고 있는 중 일까 아님 속아주는 중 일까...
2부의 내용 중 재밌던 부분 중 하나인 산초가 실제로 섬의 통치자가 되는 장면이다.
정말 예상외로 누구보다도 멋지게 통치하는 산초,
2부에 들어선 산초는 많은 발전을 하며 또 다른 돈키호테로 거듭나고 있다.
돈키호테의 죽음~
돈키호테는 죽음 앞두고 이제껏 자기가 걸어왔던 편력의 삶을 부정한다.
왜 그럴까.
새로운 걸 알기 위해 떠났지만, 제대로 안 건 결국 없었다.
삶, 죽음에 이르는 길은 앎의 과정이다.
그것은 멀리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일상 속 마치 '파랑새이야기'처럼
일상에서 진리를 찾으라고 돈키호테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돈키호테 완역본의 저자인 안영옥 교수님이 쓰신 '돈키호테를 읽다'를 함께 읽으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심층 읽기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많은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생각보다 책이 마치 논문같이 어려워 다시 읽기를 반복했지만,
궁금한 많은 부분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돈키호테 완역본을 한 달넘게 읽고 공부 하면서 초반에 대학로 연극도 구경했다.
아쉬운 부분은 많았지만, 공부를 재밌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돈키호테의 캐릭터가 결코 쉬운 캐릭터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즐겁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왜 세계적인 문호들이 모두 이 책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