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학]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책·문학]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희망과 체념사이에서 고민하다)

[책·문학]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언젠가 본 듯한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예전에 우연히 봤던 예술영화의 한 내용이...

20대 때 보았던 영화가 바로 로맹 가리의 이 소설의 내용이었다.

그 서늘했던 분위기의 해변 모습 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제목이

그 당시 나에게도 뒤를 돌아보게 한 모양이다.


그는 테라스로 나와 다시 고독에 잠겼다...”

멋지게 시작하는 첫 부분부터 죽어 가는 새들이 있는

페루의 한 바닷가의 몽환적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혁명과 이상을 위해 젊은 날을 보낸 40대 후반의 남자,

레니에는 이 바닷가에서 덤덤하게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른 아침 바다로 들어가는 에메랄드빛 그녀,

새들의 무덤인 이곳에서 그녀도 죽음을 선택한 듯

멈추지 않고 계속 바다로 들어간다.

그녀의 팔을 잡아 해변으로 나올 때까지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새들이 왜 이곳에 와서 죽는지, 그녀는 왜 죽음을 선택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도 없었고 묻지도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구하고 보호해 여기 세상의 끝에 자신과 머물게 함으로써...”

그의 고독한 내면은 그녀로부터 희망을 원하지만 그는 주저하며 체념해 버린다.

지옥과 저주라는 그녀의 남편이 찾아오고,

그녀를 ‘메살리나‘에 비하며 말하는 그들의 삶이 쉽게 짐작된다.

라니에는 그런 그들 사이에서 눈을 내리깐 채 추웠다.

단지 소름이 돋았다라고 한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그의 다른 대표작품을 찾게 되었다.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읽게 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단편은 같은 작가인가 싶게 너무도 다른 느낌이다.


이른 아침처럼 서늘한 이 단편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역시 대작가답게 인간의 고독한 내면과 심리에 대한 묘사와 성찰이

감성적이고 화려한 문체로 멋지게 표현되었다.


결국 책의 한 구절처럼 우리도 손 안에서 모든 것이 부서지는 걸 목격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곧 체념하게 되지만, 희망이라는 행복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것이 현대에는 희망고문이라 불리게 되었다.

희망과 체념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주저할 것이라는 생각하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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