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정미경작가의 [목 놓아 우네]

[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정미경작가의 [목 놓아 우네]

[책·소설] 2014 올해의 문제소설, 정미경작가의 '목 놓아 우네'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은 문제소설 뒷쪽에 나오는 정미경 작가의 '목 놓아 우네'의 감상평이다.


어떤 고통의 감각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심을 고통스럽게 했다.

나는 당신과 나의 문자 사이에서 흩어져 내리는 모래부스러기에요.

돌아보면 자신을 스쳐간 것들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애도해본 적이 없었다.

흩어져 내리는 모래부스러기 같은 자신에 대해서는 더욱.

(p322)


문제소설_목놓아우네_정미경

그와 그녀의 상처가 마음 아프다.

상처가 있기에 서로를 더 잘 안아주기를 소망 했지만,

그 상처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그녀는 말한다. 

최선을 다해왔지만 존경은커녕 최소한의 존중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고.

어떤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고.

그런 상처의 무게가 어느정도일지 가늠되지 않는다.

애정결핍 속에 자란 그녀는 계속되는 상처로 처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혼자 화장실에서 김밥을 먹는 그 또한 만만치 않다.

사회에서는그룹의 리더지만, 그는 타인과의 관계가 불편하다.

그런 그를 부모조차 모르고 누구도 그에게 관심이 없다.

그런 상처와 배신이 그를 더욱 내면으로 들어가게 해버렸다.


이런 그와 그녀를 연결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지만, 그들은 놀랄 정도로 솔직하다.

외로움에서 나온 그 솔직함으로 그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더 용기를 내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두려워 자기 내면으로 도망가 버린다.

제목처럼 목 놓아 울고 싶어진다.


자본주의는 먹고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런 돈을 벌기 위해서 원치 않는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 관계속에선 많은 상처가 동반된다.

또한 돈을 번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인 시간을 팔아야 한다.

진지하게 사랑할 사람을 찾기에도 진솔한 소통의 시간을 갖기에도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이런 상황속에서 계속된 상처만 받아왔던 사람이라면

용기를 내기보다는 내면으로 숨어들 것이다.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관계속에서 감당해야하는 ‘고통’을

작가는 뛰어난 서사구조와 섬세한 문체로 잘 말해주고 있다.


‘액정사회의 아포리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작품 해설이 더욱 가슴이 아팠다.

내면으로 도망가는 자폐적인 삶을 사는 목 놓아 우는 우리에게

커다란 엄마가 같은 존재가 필요한 것 같다.

상처를 핥아주고 계속 괜찮다고 말해주는 엄마.

이런 따뜻한 엄마가 곁에 있다면 힘든 세상을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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