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한 친구는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데, 

책장이 쉽게 넘어가질 않는다고 했다.

입문서라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도 이 정도인데, 까라마조프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전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앙드레 지드가 말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실제 시베리아의 유형생활을 하던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제 2의 고골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도스토옙스키, 

그의 글에서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역시 그 동네는 터가 좋지 않아, 찌질이가 많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총 2부로 나눠지는데, 

1부 ‘지하실’은 마흔 살 먹은 한 남자의 알 수 없는 독백이 계속 이어지다,

2부 ‘진눈깨비에 대하여’ 들어와서야 서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읽기가 수월해 졌다.

자기만의 세계 ‘지하’에 틀어박힌 채 

세상 모든 것을 경멸하는 주인공의 독백과 경험담이 수기의 형태로 완성도있게 서술되어 있다. 


지하로부터의수기_표도르도스토예프스키

도스옹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각자가 읽은 세 권의 책을 펼쳐보다.

민음사는 번역투가 역시 어렵고, 열린책은 훨씬 읽기 쉽다.

가장 쉬운 건 아무래도 펭귄인 듯...


지하로부터의수기_표도르도스토예프스키

주인공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며, 

‘아름답고 숭고한 것’에 늘 목말라 하는 이상주의자이다.

언제나 조롱과 경멸을 자초해 놓고는 

그들에 대한 증오로 어쩔 줄 몰라 하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저주하는 지경에 까지 몰고 간다.


‘책을 따라한다’는 리자의 말처럼 주인공은 

늘 삶(지상)과 이념(지하)의 차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마치 책을 읽듯이 설교를 한다. 

자신의 삶이 반영되지 않은 이상적인 설교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가.


주인공은 자신만의 지하 세계에서 그럴듯한 사상과 학문적인 논리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또한 소통에 목말라 하며 타인에 대한 지배욕과 

그것을 통한 승자의 쾌감을 만끽하려는 이중성과 모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은 영화 택시드라이버에서도 볼 수 있다. 

‘택시 드라이버’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는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재해석한 영화다.

인간 내면의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수작으로 모두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은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냈다. 

바깥에서 억누르던 폭력은 더이상 외부가 아닌 

우리 내면으로 아프게 작용하며 가끔 충동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돈이라는 코드로 재해석을 하는 모양이다.

돈에 얽힌 작가의 개인사와 소설 속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연결지으며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에겐 돈이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책 속의 주인공에게 경제적 안정이 있었다면, 

과연 젊었을 때의 그런 찌질함이 있었을지, 

20년간의 지하생활를 과연 할지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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