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동화] 쿨보이 / 동화

[책·동화] 쿨보이 / 동화

[책·동화] 쿨보이
(사소 요코 지음,이경옥 옮김,생각과 느낌)




한 손에 들어오는 작고 귀여운 책,
이런 책은 마치 산 속을 산책하다 나뭇잎 한 장을 주워들어 나뭇잎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 같다.
쿨보이. 일본에서는 '낙원을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치 한편의 일본 영화를 본 듯 뻔하지만 수작이다. 
반전이 좋은 동화책이다.


쿨보이의 낙원 만드는 법(옮긴이의 말)
  이 책은 일본에서 '낙원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청소년 소설로, 
NHK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 청소년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낙원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라 한다.
또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기란 쉽지 않다.
우리 집 일곱 살짜리 꼬맹이도 늘 불만을 토해 내는 세상이다.
물론 그 불만이란 게 사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우습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심각한 걱정이고 근심거리이다.
게다가 또 즐거움까지 넘쳐야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과연 낙원 만드는 법이란 게 있기나 한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 호시노 유는 삶이 목표가 뚜렷하다.
이른바 일류 종고교를 마치고 일류 대학교를 졸업한 뒤
상장회사에 취직해서 실내 온천 풀장이 딸린 집에서 사는 것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마저 세워 놓았다.
그러던 중 시골로, 그것도 호시노 유 식으로 말하자면 깡촌으로 이사를 가자는 엄마의 말에
호시노 유 인생 계획에 처음으로 차질이 생긴다.
지독한 개인주의에 엘리트 의식이 팽배해 있던 유에게 깡촌이라니...
거부해 보지만 유는 하릴없이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 일 번지'라고 할 만한 학급과 치매 초기 현상을 보이는 할아버지다.
  유 학급의 학생 수는 단 셋뿐인데, 말하기를 거부하는 애,
남자이기를 거부하는 애, 바보스럽기 그지없는 애, 이렇게 정말 보기 드문 학생이다.
게다가 집에 가면 유를 일년 전에 외국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로 착각하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엘리트 의식과 자신의 엘리트 코스에 치명적인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반 아이들과 할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차츰차츰 낙원 만드는 법을 저도 모르게 배워나간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호시노 유에게 반하고 말았다.
뭔가에 재능이 있거나(유달리 공부) 뭔가를 뛰어나게 잘하거나 할 경우
그 나이에 흔히 보일 수 있는 엘리트 의식을 가진 호시노 유가 귀여웠고,
어른인 척 삶을 다 아는 척하는 냉소적인 호시노 유가 조금은 불쌍했고,
결국 친구들과 할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호시노 유가 자랑스러웠다.

   그랬다.
  낙원이란 게 별게 아니었다.
  그냥 살아가는 것이었다.
남을 무시하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악과 맞설 땐 용기를 내며, 정신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그 자체로 이해하면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살아가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유가 이상으로 여기는 엘리트 코스나 평균값을 계산하는 게 아니었다.
성적 때문에 친구들을 멀리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살아계신 척 연기하는 거짓된 삶이 아니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묘미는 후반부에 일어나는 반전이다.
완벽하다고 보이는 호시노의 속임수가 들어 있는 메일들 또한 호시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실마리라고 보인다.
  덧붙이자면 나는 그 반전 때문에 이 작품을 두 번 읽어야 하는 수고를 했다.
완벽하다고 보이는 호시노의 메일들을 다시 한 번 더 읽기 위해서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틀림없이 나처럼 반전의 묘미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다시 한 번 호시노의 메일들을 읽을 것이다.
그러면 호시노의 마음속에서 벌써 낙원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챌 것이다.

  정말이지 이 세상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슬기롭게 넘기면서 우리들은 낙원으로 가는 법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호시노 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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