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화타 장병두)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화타 장병두)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화타 장병두)





- 미꾸라지 잡는 법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어. 어떻게든지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물리가 터지고 지혜롭게 돼. 나무하는 소질도 없고 그렇다고 머슴 살기도 싫었던 어느 날에, 내가 시장에 나가보니 동네 애들이 미꾸라지를 팔고 있는 거야. 번개처럼 머릿속에 미꾸라지를 잡아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당시에 미꾸라지를 잡아서 부잣집에 가져다주면 한 대접에 쌀을 한 홉 정도는 주었단 말이지. 그래서 종일 미꾸라지를 잡으면 쌀을 한두되는 얻을 수가 있었지.

  그렇게 미꾸라지를 잡으러 다니는데 하루는 또 꾀가 나. 논에 미꾸라지가 펄펄 뛰어노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것을 잡으려면 적어도 하루나 이틀은 물을 품어내야 한단 말이야. 그게 좀 고단해. 그래서 물을 안 품고 미꾸라지 잡는 법은 없을까 여름내 연구를 한 거야.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안 떠올라서 길을 가던 어떤 영감을 보고, '할아버지, 미꾸라지가 무슨 벌레를 먹고 살죠?' 물어봤지. 근데 그분이 아주 쉽게 대답해주는 거야. '이놈아, 미꾸라지라는 것은 쇠똥벌레를 제일 좋아한단다.' 나는 다시 '쇠똥이 어떻게 해서 벌레가 돼요?'하고 물었지. 그런데 그분이 친절하게도 소가 길을 가면서 똥을 길바닥에 싸놓으면 그 속에 벌레가 생기는데, 미꾸라지는 그 쇠똥벌레를 제일 잘 먹는다고 알려주는 거야.

  나는 속으로 쇠똥벌레를 이용해 미꾸라지를 어떻게 잡을까 궁리하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가마니에 미꾸라지들이 파고들 만한 조그만 구멍을 뚫고 그 속에 쇠똥을 넣어보기로 했어. 미꾸라지들은 쇠똥벌레를 먹으려고 하나둘씩 가마니 속으로 파고들 거고, 그렇게 미꾸라지가 가득 찼을 때 가마니에 매달린 새끼줄을 끌어올리는 거지. 그런데 이런 방법을 다른 놈들이 알면 헛수고니까 우선 한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실험해봤지.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가마니에 미꾸라지가 가득 차 있어. 이렇게 사방으로 250리를 다니면서 미꾸라지를 잔뜩 잡아서 재미를 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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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세에 살려면 사람이 영리해야 해.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고 해야 살 수 있는 거지 멍청해 가지고는 못 살아. 살면서 무작정 끌려가지 말고 이런 원리들을 깨달아야 해. 사물을 잘 관찰해보면 그 속에 원리가 있는 거야. 방법이 나올 때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원리를 찾다보면 무릎을 탁 치며 그거였구나 하는 순간이 오거든. 그때가 바로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이야.



- 오장육부의 음양

  심장과 소장이 음양의 짝인 것은, 심장은 피를 돌리는 기관이고 소장은 피가 되는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비장과 위장은 한쪽이 상하면 다른 쪽도 함께 고장 나서 인체에 힘이 없어진다. 신장과 방광도 노폐물을 거르고 몸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손발을 맞추어 함게 해나간다. 그래서 방광에 문제가 생기면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몸이 퉁퉁 붓는 것이다.

  폐와 대장 역시 음양의 짝이다. 음식물이 몸속에서 소화될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폐를 통해 배출되고, 음식물 찌꺼기는 대장으로 배출된다. 속성상 음식물 찌꺼기는 고형의 탄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폐가 나쁘면 대장도 나빠지고, 대장이 나쁘면 폐에도 병이 든다. 할아버지는 이런 관계를 잘 알아야 중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 신장에 좋은 곡식
  "사람의 70%퍼센트가 물이야 그러니 물의 속성처럼 겸손해야지. 몸에서 물을 처리하는 장기는 신장과 방광이야. 자연에서는 물이 아래로 흐르다가 결국 바다에 이르면 짠맛이 나는 소금이 만들어져. 그래서 소금은 물의 장기인 신장과 방광을 튼튼하게 해요.

  신장이 약한 애들은 오줌을 잘 싸. 그러면 소금을 좀 먹여야 하는데, 예전에는 소금이 금값이야. 그래서 동네를 돌면서 소금을 얻어오게 하잖아. 창피를 주어서 다신 못 그러게 하는 면도 있지만, 오행상으로도 맞는 이치야.

  또 신장에 좋은 곡식으로는 신장이랑 비슷하게 생긴 검은콩이나 팥이 있어요. 신장을 콩팥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콩과 팥이 신장을 좋게 하기 때문이지요. 검은 콩은 날 것으로 먹을 수 없으니, 볶아서 조석으로 공복에 5~6개씩 먹으면 신장에 좋아요. 이가 약한 사람은 볶은 콩을 2~3일간 물에 불려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단, 통풍환자는 콩을 많이 먹으면 그 독소로 병이 악화되니까 금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지혜로워서 이 콩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발효를 시켰어요. 또한 염분이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소금도 함께 넣었는데, 바로 그게 간장이고 된장입니다. 이것들은 이미 독소가 제거된 발효식품으로 항암 효과가 좋습니다. 특히 조선간장은 메주를 참숯을 넣어 담그기 때문에 독소가 제거되어 소금과는 성분이 달라요. 오래 묵으면 묵을수록 명약이 됩니다. 그래서 예부터 전통 있는 가문인가 보려면 간장, 된장, 고추장이 얼마나 오래 묵었는가를 살펴요. 독이 제거된 소금과 콩은 사람을 살리는 식품으로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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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완성된다면, 불은 땅에서 올라와 하늘에서 완성된다. 할아버지는 몸에서 불이 한 번 꺼지면 생명도 함께 꺼지므로, 이 이치를 철저하게 공부해서 통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불을 잘 보면 활활 타오른단 말이야. 불은 뜨겁고 화려하고 정열적이야. 그래서 정열적인 사람은 불의 기운이 세.

  몸에서 화기를 관리하는 것은 심장이거든. 심장의 기운은 얼굴에 나타나지. 그래서 심장이 튼튼하면 낯빛이 좋지만, 심장이 나쁘면 낯빛이 어둡고 탁해. 환자가 들어오면 먼저 얼굴을 볼 거 아냐? 그때 핏기가 없고 해쓱하면 심장에 문제가 있구나 알아야지.

  심장에 병이 있으면 정신이 어지러워서 허둥지둥 일을 그르치는 수가 많아. 심장을 달래려면 쓴맛으로 다스리는 게 좋아. 쑥, 익모초, 고들빼기 같은 것들 말이야 .곡식으로는 불이니까 붉은 수수가 좋고. 우리가 어렸을 적에 먹던 수수팥떡이 바로 심장 좋아지라는 조상의 지혜예요.

  특히 쑥은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어. 적당하게 뜸을 들이듯이 장복하면 냉한 여성에게는 아주 좋은 명약입니다. 영지버섯이나 상황버섯도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안정시키고 중풍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장복하면 몸이 냉해져 저혈압이 돼요. 그러니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병이 나으면 그만 먹어야 합니다. 변화를 알아서 스스로 대처해서 살아야 지혜롭지요. 여름에 더워서 입은 반팔 옷과 반바지 차림으로 겨울까지 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아요. 그러니 몸을 치료하려고 할 때도 이런 상식을 잘 적용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다른 병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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