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한 친구는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데, 책장이 쉽게 넘어가질 않는다고 했다.입문서라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도 이 정도인데, 까라마조프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전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앙드레 지드가 말했다.도스토옙스키의 실제 시베리아의 유형생활을 하던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제 2의 고골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도스토옙스키, 그의 글에서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역시 그 동네는 터가 좋지 않아, 찌질이가 많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총 2부로 나눠지는데, 1부 ‘지하실’은 마흔 살 먹은 한 남자의 알 수 없는 독백이 계속 이어지다,2부..
(포스트모더니즘, 타임지가 선정한 영미소설 100권) [책·문학]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 토머스 핀천의 장편소설 『제49호 품목의 경매』. 포스터모더니즘 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 토머스 핀천의 대표작으로, 인류 문명의 절멸 위기를 예감하는 사람들의 밀약, 트리스테로 역사와 허구, 과거와 현재가 얽힌 무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주부인 에디파는 옛 애인 피어스의 유산 관리인이 되어 캘리포니아주 남쪽에 있는 샌나르시소로 간다. 히어스가 남겨 놓은 유산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에디파는 이 세계 너머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에디파는 약음기가 달린 나팔 기호와 '전령의 비극'이라는 연극을 실마리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실을 추적해 간다. 그 실..
(희망과 체념사이에서 고민하다) [책·문학]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언젠가 본 듯한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예전에 우연히 봤던 예술영화의 한 내용이... 20대 때 보았던 영화가 바로 로맹 가리의 이 소설의 내용이었다. 그 서늘했던 분위기의 해변 모습 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제목이 그 당시 나에게도 뒤를 돌아보게 한 모양이다. 그는 테라스로 나와 다시 고독에 잠겼다...” 멋지게 시작하는 첫 부분부터 죽어 가는 새들이 있는 페루의 한 바닷가의 몽환적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혁명과 이상을 위해 젊은 날을 보낸 40대 후반의 남자, 레니에는 이 바닷가에서 덤덤하게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세계문학전집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베케트는 1939년 2차 세계대전속에서 레지탕스를 돕다가 발각되어 게슈타포에게 쫓기면서 숨어살게 되었다. 그는 주로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는데, 얘깃거리 하나가 동이 나면 또 다른 화제를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이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대화의 양식이 되었다. 이때 자신의 정신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 쓰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이 소설이었다. 사무엘 베케트 책 중에 가장 쉽다는 '고도를 기다리며' 고목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황량한 길가에서 비슷한 처지의 두 사람이 '고도'라는 미지의 인물이 나타나 그들을 구원해 줄 것을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와 ..
[책·문학] 울분 - 필립로스 역사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탐구해온 작가는 이 소설에서도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놓여 있는 한 개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한국전쟁과 매카시즘 광풍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 한 청년을 두고, 역사적 사실과 개인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젊음의 치기, 미숙함, 성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용기, 선택과 실수 등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교보문고 제공] 읽는 내내 마커스에 감정이입이 되어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 그의 울분을 느낄 수 있었다.그때의 나도 부모간섭이 귀찮았고, 채플시간이 미치도록 싫었다.이런 불안과 어딘지 모를 미성숙한 마커스의 심리를 거침없는 문장으로 잘 묘사되었다.미..
[책·문학] 시를 어루만지다 - 김사인 ('섬김과 모심의 시학'으로 시를 읽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아시아 변방에 있는 한 작은 나라는 시집이 일년에 백만권이 팔리면서 동네 곳곳에 점집과 교회가 공종하는 이상한 나라가 있다이젠 시집은 팔리지 않지만, 점집과 교회는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나의 책장에도 류시화 시집과 기형도 시집,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 꽃혀 있었다. 그렇게 젊은 날 나와 함께 하던 시가 내게서 사라진지 오래다. 라디오 책다방의 자매품이라는 시시한 책다방에서 김사인이라는 시인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을 잡았다. 심야라디오에 딱 어울릴법한 따뜻하고 감성적인 목소리가 참 좋았다.시 한편을 조근조근 읽어주실 때는 설거지 하던 손을 멈추고 나도 몰래 눈을 ..
[책·문학] 데미안 - 헤르만 헤세(세계문학전집) 헤세의 책중에서 유일하게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뽑으라면'데미안'이라 말할 수 있다.하지만, 지금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내몸을 불편하게 만든 책이지만, 데미안 뭔가 매력이 있다.헤세가 가장 힘들었을 때 썼다는 데미안~ 고뇌하는 싱클레어에 동일시하다보니 나도 꿈에 크로머에 시달린듯 힘들다. 가장 먼저 나오는 저 문장~ 읽고 또 읽었다.서문도 좋아서 필사를 하였다.삶의 힘듬이 절절한 요즘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에서도 되뇌이는 말이다.어이없이 죽은 한스도, 성장하는 싱클레어도, 아니 우리 모두도 같은 질문과 한숨을 쉴터이다. 싱클레어의 어릴적 두세계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다.선을 넘어버리는 작은 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너머세상을 그리워하며..
[책·문학] 파이 이야기 (얀 마텔 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작가정신)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책이었다. 바다 위 작은 보트, 그 끄트머리에 호랑이가 앉아있다. 방금 무언가를 먹었는지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다. 그 앞에 호랑이가 방금 먹다 남긴 듯한 얼룩말의 시체. 바다 위 작은 보트에 호랑이라...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묵직한 책을 들고 책 안의 그림들을 보니 유화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그 그림 안에는 또 다른 어떤 시선이 있었다. 호기심이 이내 나를 책 속으로 인도했다. 또 다른 시선인 화자인 파이, 긴 시간을 호랑이 함께 바다 위를 표류하는 16살의 인도소년 파이의 이야기였다. 초반에 나오는 파이의 종교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신을 사랑한다는 파이는 비난받으면서도 ..